J. S. Bach Goldberg Variations, BWV 988 / 바흐 골드베르그 변주곡, BWV 988

2019. 7. 17. 14:29연주

 

Johann Sebastian Bach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 - 1750)

바로크 음악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인물로 이른바 "서양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어지는 바로크시대 독일의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였으며 작곡가로서 다수의 종교 합창과 관현악곡 및 독주 악기를 위한 음악들을 구성해 바로크 양식(Baroque Style)을 집대성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완성을 이루었으며 새로운 음악적 양식보다는 대위법적인 기교와 전체 음역에 걸친, 겉으로는 상당히 용이해 보이는 화성의 조화와 동기 구성을 완성함으로써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로부터 받아들여진 선율과 곡의 짜임새에 대한 놀라운 적응력으로 인해 그 당시 널리 보급된 독일적인 양식을 더욱 풍요롭게 하였던 그의 왕성한 창작력과 방대한 작품들은 그를 서양 음악사에 있어 가장 위대한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 찬사와 경의를 받으며 약 200여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숱한 음악가를 배출한 독일 튀링겐(Thuringen) 지방의 아이제나흐(Eisenach)의 바흐 가문에서 바흐가의 수 많은 음악가들과 구분을 위해 대() 바흐로 불린다.

 

Bach - Goldberg-Variationen, BWV 988 바흐 골드베르그변주곡

1840년경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며 1742'클라비어 연습곡' 4(Clavier-Ubung IV)으로 출판한 '골드베르그 변주곡'(Goldberg-Variationen, BWV 988)은 "2단 건반 클라비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변주곡들" 또는 '2단 건반 클라비어를 위한 여러 변주곡을 가진 아리아(Aria mit verschiedenen Veraenderungen vors Clavicimbal mit 2 Manualen) 라는 바흐 자신이 붙인 제목의 클라비어 변주곡이었다이 작품은 18세기의 클라비어 변주곡의 독보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데 '골트베르크 변주곡'으로 불리는 연유에 대해서는 드레스덴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카이제를링크 백작(Count Kaiserling, 1697-1764)의 불면증과 관계된 수면용 변주곡으로 바흐가 구성했다는 바흐 전기 작가였던 요한 포켈(Johann Nikolaus Forkel)쓴 바흐의 전기에 소개되어 있으나 사실이 아니며 다만 바흐의 제자인 요한 고틀리브 골트베르크 (Johann Gottlieb Goldberg, 1727-1756)에 의해 처음 연주되어 '골트베르크 변주곡'으로 불리게 된다.

G장조의 아리아(Aria) 주제에 이어 30개의 변주 후 처음의 아리아가 반복(Aria da Capo) 되는 골트베르크 변주곡의 주제 아리아는 1725년에 작곡된 바흐의 두 번째 아내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클라비어 모음곡'에 실려있는 '사라방드'(Sarabande)에서 취해진 것이며 3개의 G단조와 나머지는 모두 G장조인 30개의 변주는 3곡 단위로 묶여 각 묶음의 첫 곡은 항상 카논(canon; 돌림노래형식의 일종) 형식이다또한 각각의 카논(캐논)들은 한 음정씩 증가하는 규칙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제3변주는 1도 카논, 6변주는 2도 카논, 9변주는 3도 카논, ~ 27변주는 9도 카논 등이다. 또한 카논(캐논)을 제외한 변주곡들은 전주곡이나 토카타풍으로 작곡되어 있으며 변주 중간중간에 '작은 푸가'를 뜻하는 푸게타(Fughetta)10번 변주와 7변주 시칠리아노(시칠리아노풍), 16변주 서곡(Ouverture), 25변주 환상곡 양식의 변주곡들이 등장하고 마지막 변주가 끝나면 다시 처음과 동일한 아리아가 반복되는 정교한 수학적 규칙에 따라 음악이 구성되어 있는 바흐의 클라비어 변주곡은 오늘날 피아노 및 현악 삼중주, 현악 합주, 기타등 다양한 버젼으로 연주된다.

1723,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라이프치히Leipzig의 성 토마스 학교St. Thomasschule의 칸토르cantor, 또 네 개의 주요 교회에서 음악을 담당하는 civic music director로 임용되었다. 이 시기에 학생들을 훈육하고, 합창단을 지휘하고, 예배 음악을 작곡하는 역할을 수행하던 바흐는 라이프치히의 음악 시리즈인 콜레지움 무지쿰Collegium Musicum을 맡게 되던 1729년 이전까지 주로 교회 음악을 작곡했다. 그리고 1730년대부터는 콜레지움의 책임자로서 대중을 위한 소위 "세속" 음악인 기악 음악, 그 중에서도 특히 건반 악기를 위한 음악으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바흐가 1731년부터 십 년에 걸쳐 출판한 4권짜리 <클라비어 위붕Klavier-Ubung> 시리즈는 이름 그대로 건반악기를 위한 연습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리즈 중 1741년 가을 뉴렘베르그Nuremberg에서 발간된 마지막 4권에 수록된 곡은 "an Aria with 30 Variations for harpsichord with two manuals"라는 다소 장황한 제목의 작품으로, 바로 유명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32 마디로 된 주제와 그에 따른 서른 개의 변주곡들로 구성된 이 작품은 바흐가 작곡한 수많은 건반악기 곡들 중에서도 가장 긴 작품이다.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조성을 가진 (비교적) 짧은 곡들을 모아서 출판한 <클라비어 위붕> 1,2,3권과 비교할 때, 4권은 G major를 중심으로 씌여진 단 하나의 작품만을 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음악의 아버지라는 상투적인 별명으로 대변되는 바흐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살펴볼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작으로 꼽힌다. C.P.E. 바흐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 바흐의 변주곡이 딸린 아리아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훌륭하다: 이 작품은 독창적이고 앞으로도 쉽게 낡아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두개의 메뉴얼을 가진 하프시코드를 위한 아리아와 변주곡 [골드베르크]은 그 얼마나 풍부한가! 얼마나 다양한가! 얼마나 완벽한 손과 표현을 요구하는가!..." (1788. 2. 27.)

다른 바흐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복합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먼저, 작품 전체를 아리아-변주곡-아리아의 ABA 형식, 즉 거대한 세도막 구조ternary structure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커다란 두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첫번째 아리아부터 15번째 변주곡까지, 그리고 16번째 변주곡부터 다 카포 아리아Da capo aria까지, 양적으로 정확히 이등분 하는 것이다. 곡의 정중앙이라고 할 수 있는 16번째 변주곡에 (하나의 곡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Overture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는 점은 이러한 구조적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마지막으로, 아리아를 제외한 서른 개의 변주곡variation들을 세개씩 묶어서 10개의 그룹으로 분류해, 12 그룹(A-그룹1~10-A)으로 구조를 분석할 수도 있다. 변주 악장들 중 3의 배수에 해당하는 숫자의 변주곡들은 모두 캐논으로 되어있는데, 총 아홉 개의 캐논을 분기점으로 총 10개의 소그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아홉 개의 캐논은 유니즌unison(1)부터 9도까지 (캐논 작법에 사용되는) 모방의 음정이 하나씩 올라가는 순차적 진행 방식을 따르고 있어 바흐의 기발한 설계도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전체적인 구조가 매우 규칙적인 시스템을 보여주는 한편, 이 작품의 내부 구조는 매우 불규칙하게 얽혀있다. 먼저, 장조와 단조가 섞여있는 이 작품에서 세 개의 g단조 변주곡들(Vars. 15, 21, 25)은 예상 없이 등장하며 불현듯 작품의 정서를 뒤집는다. 또한 서른 개의 변주곡들은 서로 다른 박자표들을 넘나든다는 점 역시 이 작품에 다양성을 더한다. 특히 주제로 제시된 아리아가 3박자의 곡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2개의 변주곡이 2박자 계열의 박자를 구사한다는 것은 변주곡 장르에서 흔치 않은 경우다. 이러한 2박자 변주곡들은 3박자 변주곡들과 불규칙적으로 뒤섞여 배치되어 곡의 전개를 예측할 수 없게 헝클어뜨린다. 마지막으로, 마디수 역시 변동적이다. 주제 아리아를 포함한 모든 변주곡들은 32마디 선율을 가지고 있는데, 네 개의 변주곡들(Vars. 3, 9, 21, 30)은 각각 16 마디로 길이가 절반으로 단축된다. 이러한 짧아진 변주곡들에서는 본래 두 마디에 펼쳐지는 화성진행이 한 마디 안에 압축되어 나타난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작품의 불규칙성은 바흐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각 악장을 제법 개별적으로 다루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 철저한 규칙성을 기반으로 작품의 골격을 잡고, 세부 디자인에 있어서는 악장간의 유기성보다는 개별 악장의 특수성에 보다 집중하여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사실 지금은 모두가 이 작품을 한 자리에 앉아 쉬지 않고 연주하고 듣는 것이 연주/감상의 정석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 이 작품 뿐만 아니라 이후의 낭만주의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다악장 구성의 긴 작품들은 발췌해서 연주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어쩌면 바흐는 이 거대한 변주곡이 캄캄하고 엄숙한 공연장에서 쉼 없이 통째로 연주되고 감상되는 것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방대한 선율적 화성적 언어를 바탕으로 하여 "주제와 변주곡 형식theme and variation form"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매우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의 실질적인 주제 선율인 아리아의 오스티나토 베이스(G-F#-E-D-B-C-D-G)가 변주곡들 안에서 도드라지게 하는 대신, 여러가지 리듬, 음정, 대선율, 캐논 등의 다양한 주제적 아이디어가 베이스 주제 위에서 유연하게 펼쳐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각각의 변주곡은 오스티나토 베이스 그 자체가 아닌 주제적 소재들의 복합적 기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서른 개나 되는 변주곡들이 아리아 본연의 화성적 구조를 확장시키며 다양하게 변주되는 것은 분명 바흐의 풍부한 화성적 언어 구사 능력 덕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여러 독창적 장치들이 음악 안에서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숨겨져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철저한 원칙에 따라 배열된 캐논 변주곡의 시스템이라든지 불규칙적인 16마디 변주곡들은 모두 "구조" 혹은 "-구조"로 존재감을 주장하는 법이 없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오스티나토 베이스 주제는 여러 소재들에 의해 숨겨지고, 주제 화성의 변형된 진행 역시 확장된 화성이 감싸안아 귀에 거침이 없다. 이와같이 규칙성과 불규칙성 사이에 긴장과 균형을 조성하는 바흐의 뛰어난 능력이 이 작품을 바로크 음악 역사에 깊숙하게 새겨넣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그의 아들이 진술한대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훌륭하", "앞으로도 쉽게 낡아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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