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건반악기인가, 현악기인가, 타악기인가? / 악기의 분류

2019. 6. 11. 17:35클래식 음악 이론

악기의 분류 : 호른보스텔-작스 분류법

피아노는 건반악기로 분류한다. 왜냐하면 건반을 이용해서 연주하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히 따져보면 피아노는 건반도 있고, 현도 있고, 해머로 현을 때려서 연주를 한다. 그렇다면 피아노는 건반악기인가, 현악기인가, 타악기인가? 임시 방편식으로 그때그때 분류를 마음대로 만들어낸다면, 사람들을 헛갈리게 만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악기 분류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음악학자들이 나서서 악기를 분류하기 시작했는데, 이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오스트리아의 민속음악학자인 에리히 폰 호른보스텔(Erich von Hornbostel)과 독일 태생의 음악학자인 쿠르트 작스(Curt Sachs)였다. 이들은 1914년에 공동으로 『자이트쉬리프트 퓌어 에트놀로기(Zeitschrift für Ethnologie)』라는 저널에 향후 악기 분류법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주 유명한 논고를 실었다. 이들의 연구를 통해 악기에 대한 연구는 악기학(organology)이라는 세부 분류명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들의 분류법은 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 즉 발음(發音) 원리에 초점을 두었다.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연주하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악기 그 자체만 관찰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악기의 소리를 '인간과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보다는 '물체에서 발생하는 물리학적인 현상'이라는 관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성립된 분류법을 호른보스텔-작스 분류법이라고 하며 이에 따라 악기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체명악기(體鳴樂器, idiophones) : 체(體)는 악기 자체를 의미하며 명(鳴)은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즉 체명악기란 3차원의 형태를 가지는 악기 자체가 소리를 발생시키는 원리로 작용하는 악기를 말한다. 영문명의 'idio-'는 '자기 자신의'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이며 phone은 소리의 의미를 가진 의미 단위이다. 마림바(marimba)는 비록 막대기로 나무 막대기를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것이지만, 이러한 연주 방식과 무관하게 마림바의 악기 소리는 바로 악기 자체인 나무 막대기에 충격이 가해진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마림바는 체명악기에 속한다.

2. 막명악기(膜鳴樂器, membranophones) : 막(膜)은 말 그대로 얇은 2차원 필름을 말하며 영문 이름의 'membrano-'는 멤브레인(membrane)에서 파생된 접두사이다. 막명악기에는 악기를 구성하는 요소 중 막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이 부위에 충격이 가해진 결과 소리가 발생하는 악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드럼 악기가 막명악기에 속한다.

3. 현명악기(絃鳴樂器, chordophones) : 줄과 같이 1차원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는 구성 요소가 소리를 발생시키는 경우 현명악기로 구분한다. 이 때 줄을 어떻게 연주하는가는 고려하지 않는다. 현악기의 대부분은 바로 현명악기에 속한다. (모든 현명악기가 현악기인 것은 아니다.) 한편, 영문 이름의 'chordo-'는 현을 의미하는 'chord'에서 파생된 접두사이다. 

4. 기명악기(氣鳴樂器, aerophones) : 체명악기, 막명악기, 현명악기는 각각 3차원, 2차원, 1차원의 고체 물질이 소리를 발생시키는 악기였다면, 기명악기는 비록 악기는 고체로 구성되어 있으나 소리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그 내부에 존재하는 공기에 있다. 대체로 취구(吹口)를 통해 주입된 공기가 악기 내부에서 진동하면서 소리를 만들기 때문에 기존 분류법의 관악기에 포함되는 악기들은 대부분 기명악기에 속한다. (모든 기명악기가 관악기인 것은 아니다.)  

5. 전명악기(電鳴樂器, electrophones) : 전명악기는 원래 호른보스텔-작스 분류법에는 없었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자 기기들을 이용한 악기들이 크게 발전하였고, 고전적인 의미의 기존 악기들보다 더 다양한 소리 발생과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20세기 들어와 크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전명악기의 경우 악기에 가한 물리적 자극을 전기적 신호로 바꾼 뒤 스피커를 통해 다시 물리적인 자극으로 바꾸는 시스템이 악기 내에 내장되거나 혹은 그러한 기능을 하는 기기와 연결되어 있어야만 소리를 발생시킬 수 있다. 기존 분류법의 전자악기는 대부분 전명악기에 해당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건반악기의 분류

건반 악기는 소리를 내는 방법에 따라서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건반 악기는 크게 줄을 울려서 소리를 내는 현명악기(), 공기를 울려서 소리를 내는 기명악기(), 몸을 울려서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 그리고 전기에 의해 소리를 내는 전명악기()로 분류할 수 있다. 현명 악기로는 건반 악기로 가장 잘 알려진 피아노와 클라비코드, 쳄발로 등이 있고, 기명 악기로는 파이프오르간, 류트오르간과 아코디언, 체명 악기로는 첼레스타, 전명 악기로 전자 오르간이 있다. 건반은 리드 악기에도 이용되어서 아코디언, 반도네온이 생겨났다. 아코디언은 관악기에서 사용되는 금속이나 나무로 된 리드가 사용되었고, 첼레스타, 글로켄슈필(실로폰(목금)을 철제로 만들어 놓은 악기로 철금이라고도 한다)은 타악기에 이용되었으며, 찰현악기()에도 이용되어 하디가디 등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건반악기 - 피아노, 오르간, 쳄발로

피아노

피아노는 작은 오케스트라 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피아노는 원래 1709년 이태리의 크리스토포리가 쳄발로의 몸통을 이용해서 만든 악기이다. 그가 이 악기를 만들기 이전에는 쳄발로라는 건반 악기가 사용되었는데, 이 악기는 음량이 작고 여운이 없었다. 이것을 보완하여 만들어진 악기가 '피아노'이다. 작은 소리(피아노)와 큰 소리(포르테)를 모두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는 뜻에서 '그라버 쳄발리 콜 피아노에 포르테'라고 부르다가 줄여서 지금처럼 피아노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피아노의 건반 수는 평균 88개로, 평균율로 조율이 되어서 화성과 선율 악기의 두 요소를 다 갖춘 만능 악기이다. 음량은 매우 풍부하고 여운이 길다. 페달은 보통 2가지 기능을 해. 오른쪽 페달은 밟으면 전체 줄을 막아주는 장치가 한 번에 현에서 떨어져서 소리가 길게 울리고, 왼쪽 페달을 밟으면 해머 레일 전체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조금 이동해서 3개의 현 중 2개만 치게 된다.

18, 19세기 작곡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피아노는 음량이 풍부하고 소리의 셈여림을 한 번에 연주할 수 있는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아노는 오케스트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악기다. 그러면서도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어느 악기와도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오르간

오르간은 바로크 시대에 사랑을 받은 악기이다. 오르간은 파이프나 리드를 진동시켜 소리 내는 악기를 말한다. 흔히 학교에서 오르간이라고 부르는 악기는 그 일종인 풍금이다. 오르간은 2단 이상의 손 건반과 발 건반을 갖춘 것을 표준 형태로 보고 있다. 기원전 수세기 이집트에서 입으로 불어 소리를 만들던 원시적인 오르간이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오고, 그 후 14, 15세기에 교회 악기로 정착하게 된다.

오늘날 큰 교회나 성당에서 볼 수 있는 파이프 오르간은 르네상스 시대에 개량되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연주하게 되었다. 바로크는 오르간의 시대라고 할 만큼 많은 작곡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챔발로 

쳄발로는 피아노가 생기기 전 가장 사랑 받았던 건반악기이다. 피아노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피아노가 해머로 현을 쳐서 소리 내는 것에 비해 쳄발로는 현을 퉁겨서 소리를 낸다. 쳄발로는 현을 퉁겨서 소리내는 구조라서 챙챙거리는 소리가 난다.

건반악기의 역사

포터티브 오르간 - 12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애용

포지티브 오르간 - 르네상스 시대의 대규모 교회용으로, 오르간의 전신

클라비코드 - 16~18세기초 유럽의 건반악기

쳄발로 - 피아노와 모습은 비슷하나 현을 튕겨서 소리를 냄

피아노 - 화성과 선율 악기의 두 요소를 모두 갖춘 악기

피아노의 시인, 쇼팽

5년마다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 콩쿠르다. 이렇게 쇼팽 피아노 콩쿠르가 만들어질 만큼 쇼팽은 피아노곡을 많이 작곡했다. 쇼팽은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연주하는 피아노곡을 들으면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감수성이 뛰어났다. 4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후, 7살에는 피아노로 작곡을 하였다. 쇼팽은 <녹턴>, <왈츠> 등 천재성이 돋보이는 곡을 많이 만들었는데, 그의 피아노곡은 선율이 매우 서정적이어서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고 있다.

건반이 있으면 모두 건반 악기이다.

흔히 건반 악기라고 하면 피아노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반 악기는 피아노처럼 건반을 가지고 있는 악기 모두를 말한다. 건반악기는 그리스시대에 판(Pan)의 피리에 키[]를 이용하여 오르간을 발명한 데서 비롯되었다. 처음에는 오르간이 중세까지 연주기능상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이것은 하나의 선을 분할하여 음을 내는 모노코드를 연구하게 하여 15세기에는 클라비코드를, 나아가서는 쳄발로까지도 낳게 하였다. 이것들은 완전히 오르간의 건반을 모방한 것인데 그 맥락이 피아노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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