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5. 02:26ㆍ클래식 음악 이론
현악기란 줄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말한다. 현악기는 현의 떨림에 의해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사람들의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듯이 악기도 모양이 매우 다양하다. 북이나 징처럼 두드려서 소리 내는 악기도 있고, 리코더나 피리처럼 불어서 소리 내는 악기도 있다. 바이올린이나 기타에는 줄이 있다. 하지만 줄의 개수나 굵기도 다르고, 소리 역시 다르다. 이렇게 줄이 있는 악기를 '현악기'라고 하는데, 현악기라고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문지르기, 뜯기, 튕기기 등으로 소리를 낸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첼로처럼 활로 줄을 문질러서 연주하기도 하고, 하프나 기타, 거문고, 가야금처럼 줄을 튕기거나 뜯어서 연주하기도 한다. 또 양금이라는 악기는 줄을 두드려서 연주한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현악기들을 살펴보자
이런 현악기에는 다섯 가지의 기본적인 유형이 있는데 그것들은 활, 수금, 하프, 류트, 터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가장 간단한 것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 아직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악용 활이다.
하프와 리라(수금)은 둘 다 약 500여 년 전 고대 이집트와 수마리아에서 생겨났다. 하프는 세계 도처에 지금까지 남아 있다. 반면 수금은 현재 거의 아프리카 내에서만 존재한다. 뜯는 류트 역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 모든 대중 악기 중 가장 인기있는 악기의 하나이다. 활은 처음 기원 10C에 류트를 응용하여 만들어졌으며 근대 바이올린군에 속한 악기는 이들 오래된 활모양의 류트로부터 발전된 것이다. 치터는 간단한 튜브 치터에서부터 서유럽의 복잡한 키보드 악기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양식을 보이고 있다.
ㆍ활로 줄을 문질러서 연주하는 악기 -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
ㆍ줄을 튕기거나 뜯어서 연주하는 악기 - 하프, 기타
ㆍ줄을 두드려서 연주하는 악기 - 양금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 - 활로 줄을 문질러서 연주한다.
바이올린은 현악기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다.
바이올린의 몸통은 단풍나무로 만든 뒤판과 소나무나 전나무로 만든 앞판,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옆판으로 되어 있다. 또한, 쇠로 만든 네 개의 줄이 있다. 가장 낮은 음을 내는 왼쪽 줄이 '솔'이고, 5도씩 높여 '레, 라, 미' 차례로 되어 있다. 활은 말총으로 만들었고, 줄을 그어 발생하는 진동이 브리지를 통해 몸통을 울려 소리가 난다. 활을 문질러 소리를 만드는 바이올린은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음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풍부하고 섬세한 소리를 낼 수 있어서 '악기의 여왕'으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이작 펄만, 예후디 메뉴인과 우리나라의 정경화, 장영주 등이 있다.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조금 크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구조는 같지만 크기가 조금 크다. 음도 바이올린보다 5도씩 낮다. 악기가 커지면 소리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짙고 우수에 젖은 음색을 가지고 있다. 보통 같은 선율을 한 옥타브 높거나 낮게 연주하면서 다른 악기 부분을 강조하는 명품 조연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독주 악기로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첼로와 더블 베이스는 관현악에서 전체의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첼로의 원래 이름은 '비올론첼로'였다. 바이올린처럼 턱에 끼고 연주하기에는 너무 커서 무릎 사이에 놓고, 바닥에 받침 못을 놓아 움직이지 않게 하여 연주하는 악기다. 낮으면서도 달콤한 음색을 가지고 있어서 듣는 사람의 심장을 울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관현악(오케스트라)에서는 주제 부분을 담당하기도 하고, 더블 베이스와 함께 음악 전체의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더블 베이스는 현악기 중에서 크기가 가장 큰 악기로, '콘트라 베이스'라고도 한다. 첼로보다 더 낮은 음을 낸다.
하프, 양금 - 줄을 뜯거나 두드려서 연주한다.
하프는 사냥할 때 쓰는 활의 줄을 튕긴 데서 유래했다.
하프는 악기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인어 공주가 돌 위에 앉아 켜고 있던 악기가 옛날의 하프 모습이다. 18세기 전반에 개량되어 지금처럼 페달이 생기고, 반음을 연주하는 방법을 만들어 냈다. 1810년 무렵에 프랑스의 에라르가 현재와 같은 7개의 페달을 만들었다. 그 후 하프는 계속 발전하여 몇 개 되지 않던 줄에서 지금은 98개의 줄로 늘어났다.
양금은 채로 쳐서 소리를 낸다.
양금은 요즘은 흔히 국악기로 분류되고,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본래 서양에서 만들어졌다. 나무판에 철로 된 줄을 얹고, 대나무 껍질로 만든 작은 채로 줄을 쳐서 소리를 낸다. 우리나라에는 중국 청나라를 통해 조선 영조(1731~1783)때 들어왔다. 음색이 맑고 아름다운 악기다.
+ 우리나라의 현악기
· 가야금 - 12개의 줄을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낸다.
· 거문고 - 나무로 만든 울림통 위에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 6개의 줄을 술대로 쳐서 소리를 낸다.
· 해금 - 줄을 비벼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 아쟁 - 줄을 그어서 소리 내는데, 가야금이나 거문고보다 줄이 굵어 낮은 소리가 난다.
· 비파 - 줄을 튕겨서 소리 내는 악기로, 현재는 연주되지 않고, 악기만 전해지고 있다.
현악기의 특성과 역할은?
관현악곡을 듣다보면 갑자기 어떤 악기 소리가 유난히 돋보일 때가 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합주를 뚫고 독주 악기의 가냘픈 소리가 들려올 때 청중은 숨을 죽이고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관현악에서의 솔로는 오케스트라 합주의 풍성한 소리와 대비되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지고 매혹적으로 들린다. 그래서 많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관현악 작품에 악기의 특성을 살린 솔로를 적절히 가미해 오케스트라의 색채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특히 19세기 낭만주의 표제음악에서 오케스트라 속의 솔로 악기들은 특정한 인물을 대변하거나 독특한 분위기를 암시하면서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관현악 작품에서 작곡가들이 독주 악기를 다루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각 악기들이 맡는 역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각 악기들은 그 음색과 개성에 따라 어느 정도 통일된 이미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맨틱한 분위기 연출에는 바이올린 솔로, 승리의 기쁨을 표현할 때는 트럼펫 솔로, 오페라나 발레의 사냥 장면에서는 호른 솔로가 음악의 분위기를 더욱 고양시키곤 한다. 물론 어떤 작곡가들은 악기가 지니고 있는 상투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 악기의 새로운 특징을 살려서 한 악기가 지닌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가 자주 접하고 있는 관현악곡에서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들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바이올린
[백조의 호수]의 바이올린 연주는 마치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듯하다.
먼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올린을 살펴보자. 바이올린은 워낙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색을 지닌 데다 높은 음역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관현악곡에서는 주로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바이올린의 가냘픈 떨림은 호리호리하고 매혹적인 여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아름답고 로맨틱한 관현악곡에서 바이올린 독주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나 들리브의 [코펠리아] 등의 발레 음악에서만 보더라도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의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바이올린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와 공주가 함께 2인무를 추는 동안 오케스트라 악장님이 길고 아름다운 바이올린 솔로를 들려주는데, 이 부분은 기교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잘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서 오케스트라의 악장 채용 오디션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곡이다. [백조의 호수]의 바이올린 솔로에 귀를 기울여 보면 마치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날아갈 듯 가볍게 도약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역시 그의 교향시에서 바이올린의 여성적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켰던 작곡가다. 그는 교향시 [영웅의 생애]와 [돈 후안]에서 바이올린을 매혹적이면서도 변덕스러운 여성에 비유했다.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후안]에는 세기의 호색한 돈 후안이 유혹한 여러 여성들이 바이올린과, 플루트, 오보에 솔로로 나타나는데, 그 중 바이올린 솔로로 표현된 여성이 가장 요염한 것 같다. 고음에서 시작되는 바이올린 솔로를 들어보면 육감적이고 고혹적인 여인의 모습이 곧바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제3부에도 아주 긴 바이올린 솔로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여인의 변덕스러운 성격이 매우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영웅의 연인을 표현하고 있는 바이올린은 처음엔 유혹을 하듯 달콤한 선율을 연주하다가 갑자기 신경질을 부리듯 빨라지면서 변덕스러우면서도 신비로운 여인의 성격을 드러낸다. 슈트라우스는 이 음악을 작곡할 때 사랑하는 부인 파울리네를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바이올린으로 표현된 여인의 이미지가 신비스러우면서도 애교스러운 걸 보면 그는 부인을 무척 사랑했나보다.
바이올린의 고혹적인 음색은 신비로운 여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소재로 한 교향적 모음곡 [세헤라자데]에서 바이올린으로 아름답고 현명한 여성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잘 알다시피 [아라비안 나이트]는 아름다운 세헤라자데 왕비가 난폭한 술탄 왕에게 들려준 수많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를 믿지 못한 술탄은 결혼 첫날밤만 지나면 부인을 죽이곤 했지만 세헤라자데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지혜롭고 영리한 세헤라자데가 매일 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바람에 그는 매일 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를 이루는 네 개의 악장은 세헤라자데가 들려주는 네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각 악장은 매번 아름다운 바이올린 솔로로 시작하는데, 이 선율을 들으면 술탄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는 세헤라자데의 아름답고 총명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바이올린 선율이 다양하게 변주되는데, 이는 변화무쌍한 이야기들을 실감나게 전하는 세헤라자데의 빼어난 말솜씨처럼 유창하다.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고음은 악마와 요부 이미지를 묘사하는데도 제격이다.
관현악 작품 속에서 독주 바이올린은 여성의 역할을 자주 맡아왔지만, 대개 바이올린이 상징하는 여인은 그다지 착한 여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때때로 바이올린이 악녀나 마녀, 또는 저승사자가 되기도 하는데, 그러한 악마적 이미지는 바이올린과 무척 잘 어울린다. 바이올린을 악마적인 악기로 취급했던 작곡가들로는 생상스와 말러가 대표적이다.
생상스는 일찍부터 바이올린의 악마적 이미지에 주목하여 그의 관현악곡 [죽음의 무도]에서 바이올린을 공동묘지에서 죽음의 춤을 추는 마녀로 묘사했다. 누구든 이 곡의 소름 끼치는 바이올린 솔로를 한 번만 들어도 그 멜로디를 절대 잊지 못할 정도로 바이올린의 마성(魔性)이 유감없이 발휘된 곡이다.
말러는 이보다 한 수 더 떠서 그의 [교향곡 제4번] 2악장에서 바이올린을 한 음 높게 조율하여 신경 거슬리는 기괴한 바이올린 음향을 만들어냈습다. 이 곡에서 한음 높게 조율된 바이올린은 자극적인 음색과 과격한 악센트, 그리고 과장된 음량 변화를 동반한 선율을 연주하며 거리의 악사로 변장한 무시무시한 저승사자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바이올린이 항상 요부나 악마의 이미지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작곡가 브람스는 바이올린의 명상적인 면에 주목해 그의 교향곡 제1번 2악장의 마지막 부분을 명상적이고도 숭고한 바이올린 솔로로 채워 넣었는데, 그 숨 막히는 아름다움은 정말 일품이다. 일찍이 마스네도 그의 오페라에 바이올린 솔로로 연주되는 ‘타이스 명상곡’을 간주곡으로 넣어 바이올린의 숭고하면서도 명상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브람스의 교향곡에 나타난 바이올린은 성모 마리아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고상하고 기품이 있다.
인간의 목소리에 가까운 비올라와 첼로의 소리
R슈트라우스는 비올라와 첼로를 코믹하게 다루며 돈키호테와 산초의 캐릭터를 표현했다.
날카롭고 높은 소리를 지닌 바이올린이 주로 아름다운 여인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반면, 인간의 목소리에 가까운 비올라와 첼로의 푸근한 음색은 관현악 작품 속에서 용서나 화해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아당의 발레 [지젤]에서도 자신을 배신한 남성을 용서하고 감싸는 지젤의 사랑은 바이올린이 아닌 비올라 독주로 표현되고,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진 연인을 용서하는 남자의 모티브 역시 바이올린이 아닌 첼로로 연주된다. 또한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도입부의 그 풍성한 첼로 독주는 스위스 농가의 평화로운 새벽을 묘사하면서 첼로의 그 따스한 음색이 ‘평화’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물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의 우아함을 담은 첼로 솔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비올라와 첼로의 상투적인 관념을 깨버린 작곡가도 있다. 그는 바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인데, 자신의 작품 속에서 바이올린을 요염한 악기로 표현했던 그는 교항시 [돈키호테]에서는 비올라와 첼로를 아주 순진하면서도 코믹한 캐릭터로 그려냈다. 슈트라우스가 독주 첼로로 묘사한 기사 돈키호테와 비올라로 나타낸 산초 판사의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중후하고 편안한 이미지의 비올라와 첼로가 이렇게 어수룩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참 놀랍기만 하다.
독주 첼로는 돈키호테의 심리 변화에 따라 급격히 상승하기도 하고 빨라지고 느려지기도 하면서 돈키호테의 엉뚱한 기사도 정신을 표현한다. 또 돈키호테의 정의롭고 이상적인 기사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산초 판사의 둔하고 순박한 성격은 비올라의 투박한 선율로 표현되어 첼로 선율과 잘 어울린다. 슈트라우스는 약간 무겁고 둔탁한 비올라와 첼로의 음색에서 순진하고 순박하면서도 약간은 바보스러운 성격을 읽어내 [돈키호테]와 같이 독창적인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클래식 음악 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아노는 건반악기인가, 현악기인가, 타악기인가? / 악기의 분류 (0) | 2019.06.11 |
---|---|
오케스트라에는 왜 바이올린이 많을까요? / 오케스트라의 유래, 편성, 배치 (0) | 2019.06.09 |
플룻은 왜 목관악기인가요? /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의 종류와 차이점 (3) | 2019.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