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 17:21ㆍ연주
탱고
탱고는 19세기 유럽의 춤과 음악이 아르헨티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리듬이 섞이면서 생긴 복합적인 음악의 산물이었다. 이민 온 유럽 노동자들이 하루의 고단한 일을 끝내고 피곤함과 향수를 달래기 위해 뒷골목 선술집으로 모였는데, 이곳에서 먹고 마시며 여인들과 춘 정열적인 춤이 탱고의 시작이다.
탱고 음악은 탱고를 즐기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꽤 친숙한 음악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파치노가 탱고 음악에 맞춰서 여배우와 춤을 추는 장면은 많은 사람의 인상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특히 아르헨티나 또는 스페인을 여행하다보면 길에서 탱고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집시들을 쉽게 볼수 있고, 파티에 가면 간혹 들려오는 음악이기도 하다. 탱고는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사이를 흐르는 라플라타 강 유역의 몬테 비데오,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두 도시의 주변에서 생성된 음악으로서 유럽에서 이곳으로 이주한 이주민들로부터 시작된 민족음악이다. 오늘은 탱고음악으로 유명한 한 작곡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1921-1992)
아르헨티나의 탱고음악 작곡가이자 반도네온 (탱고음악에 많이 쓰이는 일종의 아코디언) 연주자였던 아스토르 피아졸라 (Astor Piazzolla, 1921~1992)는 이탈리아 이민가정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인 빈센테 노니노 피아졸라는 재즈부터 클래식까지 여러 분야의 음악에 관심이 많아, 아스트로 피아졸라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빈센테가 가지고 있던 탱고 오케스트라 음악에 관련된 기록들은 피아졸라가 탱고음악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뉴욕과 파리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작곡하는 과정중에서도 피아졸라는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창조해내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1955년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부에노스아이레스 8중주단을 창단하며 본격적인 탱고음악 작곡활동을 시작한다.
바흐의 대위법부터 라벨과 드뷔시의 프랑스 클래식 음악, 그리고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모두 섭렵한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 전통음악에 불과했던 탱고를 클래식이나 재즈 어법과 결합시킨 새로운 개념의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바꾸며 이른바 누에보 탱고(Nuevo tango)라 불리는 탱고시대를 열었다. 반도네온,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피아노, 기타 등 다양한 악기구성의 실내악으로 연주되는 그의 탱고음악은 더이상 무도장에서만 연주되는 음악이 아닌 음악당에서 연주되는 장르로 발전하였다. 순수 탱고음악을 하는 작곡가와 연주자들은 그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탱고의 전통을 훼손하였다고 비판하기도 하였지만, 피아졸라는 누에보 탱고를 이끄는 선두주자가 되었다. 재즈를 클래식과 접목시킨 미국 작고가 조지 거쉰처럼, 탱고를 클래식과 접목시켜 자기 나름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탱고의 전설’로 불리우는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다.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쳄버 연주를 위해 레퍼토리를 구상할 때, 피아졸라의 곡들은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의 곡들은 연주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연주를 듣는 관객들에게도 재미를 주고 또 기억에 쉽게 남는 멜로디와 리듬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가 그의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한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Libertango)는 그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유명해질 수 있는 큰 계기가 된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요마의 첼로 선율과 탱고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아코디언소리, 그리고 탱고리듬을 살려주는 피아노와 더블베이스의 리드미컬한 진행을 듣고 있자면 내가 마치 탱고의 고장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Astor Piazzolla ‘Four Seasons of Buenos Aires’ /
아스토르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사계 Las Cuatro Estaciones Portenas
리베르탱고 이외에 피아졸라의 사계(Four Seasons of Buenos Aires) 역시 그의 탱고음악의 특징을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1965년에서 1970년 사이에 작곡했다. 바로크 시대의 명곡으로 꼽히는 비발디의 <사계>를 바탕으로 항구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절을 그렸다. 비발디의 <사계>를 자유분방한 탱고음악으로 바꾸어 놓은 피아졸라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는 동명의 작품인 비발디의 <사계>와 동일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진 모음곡으로 작곡한 당시에는 모음곡이 아닌 각각의 독립된 곡이었으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그의 친구인 작곡가 레오니트 데샤트니코프는 비발디의 「사계」의 새로운 버전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피아졸라의 탱고 오페라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마리아」라는 작품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겨울」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되고 다른 작품속에서도 나머지 계절을 발견, 이를 모아 친구인 데샤트니코프에게 피아졸라의 탱고곡을 클래식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편곡을 의뢰했다.
데샤트니코프는 탱고 앙상블을 위한 이 곡을 비발디의 협주곡과 같은 편성으로 오케스트레이션했고, 원곡에는 없던 비발디의 악상을 인용해 넣었다.
<여름>은 네 곡 중에서 비발디의 원곡이 가장 많이 나오는 악장이다. 원곡의 멜로디를 탱고리듬으로 바꾸어 연주하기도 하고,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원곡의 멜로디가 그대로 등장하기도 한다.
<가을>은 독주 바이올린의 리드미컬한 탱고로 시작한다. 중간에 독주 첼로가 느리고 멜랑콜리한 선율을 연주하고, 이것이 끝나면 카덴차를 연상시키듯 눈부시게 화려한 바이올린 독주가 이어진다.
<겨울>의 전반부에서는 현악기의 무거운 반주를 배경으로 독주 바이올린이 자유분방한 집시 스타일의 멜로디를 연주한다. 곡이 끝날 무렵 비발디의 <겨울> 2악장의 주제선율이 피치카토로 등장한다.
<봄>은 탱고 리듬이 살아 숨 쉬는 밝고 경쾌한 곡이다.